영화의 주요 정보:
엘리멘탈 / Elemental
애니메이션/ 코미디
감독: 피터 손
제작사: 믿고 보는 월트 디즈니, 픽사, 월트 디즈니 픽쳐스
4개의 원소는 무엇을 뜻할까 / 피터 손의 인종차별적 경험
불: 이민 온 한국인
물: 부유층 백인 가정
흙: 흑인 계층
바람: 기타 계층 아마 유럽인 정도..?
영화를 보기 앞서 엘리멘탈을 제작한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면 이민 2세로 자라면서 겪었던 경험담들이 이 영화 곳곳에 남겨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1. 작품에서의 인종차별: 엠버와 아빠 아슈파가 비비스테리아를 보기 위해 아빠와 시청을 갔을 때 '불'이기 때문에 못 들어가서 쫓겨난 장면
1-1. 피터 손 감독님의 인종차별: 뉴욕에 있는 아버지 식료품 가게 앞에서 길을 건너려는 중이었는데 어떤 사람들이 꺼져!,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던 경험
2. 작품에서의 인종차별: 물의 가족과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물의 가족 중 하나가 '우리 말을 잘하네?' 이런 식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데 여기서 불, 엠버는 이렇게 말한다. " 저 역시도 여기서 나고 자랄 때부터 이 말을 배웠으니까요'
2-1. 피터 손 감독님의 인종차별: 해외에서 사는 교포들이 겪는 일이라 한다.
외관이 동양인일 뿐인 건데 영어나 그 나라 언어를 잘하면 신기해 한다..
사랑에 포커스보다는 한국의 이민자에 포커스를 두자
사랑에 포커스를 둔다면 :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원소가 만나 서로 호감을 가지고 배려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사랑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스토리 자체는 조금 평이한 느낌이 있으며 중후반에서는 조금 지루함도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제껏 본 적 없는 서로 다른 두 원소가 주인공이라는 건 신선하긴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가 사랑으로 맺어진다는 그런 설정은 다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도 너무 많이 봐온 스토리 진행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물론 중간에 앰버의 꿈이라는 내용이 들어가져 있지만 좀 더 다른 이야기가 첨부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의 이민자에 포커스를 둔다면 :
동양인 가족, 이민자의 삶, 자식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에게 본인의 꿈(엠버의 꿈)도 모른 채 정해진 길을 가야 하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면서 되돌려 드리고 싶어 하는 한국 가정의 딸(엠버)에 감정이입하게 되었다.
우리 집도 부모님이 원하는 꿈이 있었고, 나에게 바랬던 기대가 있었다 보니 엠버의 감정에도 이입이 잘 되었고, 동시에 부모님도 이해가 갔긴 했다. 이 한국 사회에서 살다 보면 당연히 의례적으로 해야 하는 정해진 삶의 방식이 알게 모르게 있는데 거기에 큰 공감이 갔고, 나를 보는 것 같아서인지 더 눈물이 났다.
20대- 대학교 졸업, 대학원 or 취업 준비
30대- 안정적인 직장과 주변 친구들 이상의 연봉, 결혼
40대- 가정 꾸리기... 등등
그 어느 것도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데, 내가 장녀여서 그런가 우리 부모님은 동생들보다 나에게 기대를 더 많이 하셨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살고 싶었고, 또 그렇게 살아야만 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몰랐던 삶.
그리고 기존의 것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들은 포기해야만 하는 삶(엠버 같은 경우 웨이드 와의 사랑)
또 새로운 곳으로 가서 정착을 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환경을 벗어나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필요한 용기와 다짐 등..
이런 것들이 지금 나와 많이 겹쳐 보이면서 공감이 되었던 것 같았다.
가까운 친인척 중, 우리나라를 떠나 미국에 가 있는 분이 계신다. 그분은 미국에 정착하고 있던 그 순간부터 아직까지 간간히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며 해프닝을 전한다. 어릴 때는 공감이 안되었지만, 나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들 역시 고향을 떠나 힘들게 버티면서 살아왔을 거 생가하니 눈물이 났다. 더 나아가 본인들도 원하는 삶이 있었을 텐데 (한국을 떠나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한다고 말함)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결국 미국행을 결정했을 그들의 과거가 영화와 겹치면서 더더욱 눈물이 났다.
우리 부모님은 이민자는 아니었지만, 아빠가 대학원을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약 3년 동안 미국의 한 가정집의 다락방에서 살면서 아빠의 대학원- 박사가 끝날 때까지 살았던 적 있었다. 아마 내가 4살, 동생이 1살이었을 것이다.
나는 엄마가 한국에 계신 할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날 있었던 해프닝을 얘기하며 우셨던 기억을 나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엄마는 아빠의 뒷바라지를 해야 되었기에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비록 백인 가정집의 다락방에서 지냈었고, 비 오면 물이 새 항상 양동이를 받아놓고 살았어야 했던 나날들... 집 근처 유지원에 갔는데 교실에 동양인은 나뿐이었고, 항상 찍히는 사진에는 나만 찍혀 있거나 다른 반 동양인과 있던 사진뿐이다.
목적이 있어 방문한 미국도 힘들었는데, 정착하고 살며 그동안 받았을 인종차별은 어땠을까 상상도 안 간다.
눈물샘이 터지는 내가 느낀 명장면
1. 아슈라가 고향을 떠나올 때, 그의 아버지에게 절을 하는 장면
2. 자신의 재능을 웨이드의 집에서 우연한 기회에 발견했고 웨이드의 엄마가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만,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족을 떠나야 했고, 집을 떠나야 했고, 엠버가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야 했고, 무엇보다 아빠의 꿈인 가게를 물려받지 못하고 떠나야 했기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꾹꾹 참았던 장면
3. 엠버가 가게를 물려받으려 했던 그 중요한 순간에 마침내 용기 내서 아빠에게 사실을 말하던 장면
4. 이때 나의 꿈은 가게가 아니라 바로 너였다고 말해주는 장면
5. 가족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항 때, 엠버의 아버지가 그랬듯, 엠버가 부모님에게 절을 올리던 장면
물론 이 장면들 말고도 눈물샘이 터지는 장면들은 분명 더 있지만, 나는 유독 엠버와 아빠인 아슈라가 엮인 장면에서 눈물이 나왔다.
한평생 고생해 온 아빠랑 엄마가 떠올라서 더더욱 이입이 되었고, 그래서 계속 눈물이 났었다 (휴지 1곽을 다 썼다)
엘리멘탈을 마치며 :
한줄평: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사랑의 힘
비단 엠버와 웨이드의 사랑뿐만 아니라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가족을 일군 아슈파와 아빠의 꿈인 '가게'가 아닌 자신의 꿈과 인생을 위해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용기를 가진 엠버, 그리고 그런 엠버를 응원해 주는 웨이드와 가족들을 모두 다 통틀어서 하는 한줄평이 되겠다.
엠버와 웨이드- 서로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서로 사랑한 나머지 손부터 조심스레 닿게 했던 사랑의 힘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려 하는 엠버에게 기꺼이 옆에서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웨이드(연인 간의 사랑과 친구와의 사랑)
아빠의 사랑- 자신의 재능을 찾아 멀리 떠나려는 자식을 내 꿈은 언제나 너였다 라면서 응원해 주는 아빠
엄마의 사랑- 엠버와 웨이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하며 처음에는 방해하려 했으니, 둘은 진정한 사랑 이라며 기꺼이 응원해 주는 엄마
가족에 대한 사랑- 아빠인 아슈라 본인도 정든 고향을 떠나 타지에 와서 집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 새로 시작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힘
웨이드의 사랑- 엠버와는 정반대이고, 다른 점이 수두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커졌기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증발되어 사라지는 걸 감내하고서라고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고 했던 웨이드
이처럼 다양한 사랑의 힘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편지
저는 피터 손, 엘리멘탈의 감독입니다.
픽사에서 23년 동안 일했지만, 이렇게 와닿은 작품은 처음입니다. 저는 이민자의 아들입니다. 제 부모님은 1960년대 후반에 한국을 떠나 뉴욕으로 오셔서 저와 제 형제를 위한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엠버처럼 저도 제 가족에게 영광을 돌리고 희생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절 위해 많은 걸 포기하셨으니까, 부모님을 위해 이래도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었어요. 가족이 운영하던 가게에서 조금이라도 돈이 남으면 어머니는 저와 동생을 영화관에 데리고 가셨어요. 어머니께서는 영어에 조금 약하셔서 저와 동생이 영화를 볼 어머니 쪼긍로 몸을 기울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통역해 드리곤 했어요. 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때는 그 무엇도 통역해 드린 기억이 없어요. 애니메이션이라는 미디엄(매개체)은 그 자체로 히미 있고 또 언어를 초월하기 때문에 어머니를 눈물짓게 하는 순간들도 있었죠. 그때 깨달았어요, "와, 애니메이션은 저럴 수도 있구나."
엘리멘탈은 저와 제 동생을 위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함을 담아 쓴 러브레터예요. 안타깝게도 영화 제작 중에 부모님 두 분께서 다 돌아가셨는데, 매일매일 그립습니다.
혹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 곁에 있다면, 잠깐 시간을 내서 그들에게 고맙다고 전하세요.
엄마 아빠, 이건 두 분을 위한 거예요.
진심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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